아주 짧은 소설이다. 10분이면 족히 읽을 수 있는.
동생 영호는 총기절도 행위로 경찰에 잡힌다
같은날 형 철호의 부인은 출산 중 죽는다.
벼락같은 두 사건을 동시에 접한 철호는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다 문득 이빨이 아프다는 사실을 깨닫고, 치과로 간다.
어금니를 뽑는다. 반대쪽 어금니도 뽑아달라고 하자, 의사는 그러면 출혈이 너무 심하다고 거부한다. 철호는 다른 치과에 가서 반대쪽 어금니를 기어코 뽑는다.
실성한 철호의 어머니는 "가자"라고 외쳐댄다.
"가긴 어딜 간단 말이야!"
이빨을 두대나 뽑은 철호는 길가에서 피를 왈칵왈칵 쏟아낸다. 이번에는 배가 고프다. 설렁탕이 생각난다. 서울역 앞 음식점에서 설렁탕을 시키고 테이블에 쓰러진다. 하지만 다시 일어나 밖으로 나가 또 피를 왈칵 쏟는다. 택시를 탄다. 동생이 붙잡혀 있는 경찰서, 아내의 시신이 있는 병원, 자신의 집.. 도착지를 찾지 못하고 횡설수설 하는 철호를 보고 택시 운전사는 오발탄같은 손님을 만났다고 투덜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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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든 현실이든 그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에 부딪혔을 때, 나도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뭐라 말 할 수 없는 오열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