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결국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주인공과 그의 친구 조성훈은 역사상 최악의 프로야구팀 삼미 슈퍼스타즈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 1할2푼5리라는 기적같은 승률을 일궈낸 "프로"팀. 소설 후반 작가는 삼미의 야구 '치기 힘들면 치지 않고, 잡기 힘들면 잡지 않는 야구'를 보며 프로페셔널의 이면에 숨어있는 정신적 퇴락을 극복하려 한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소재로 프로정신으로 인해 잃어가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부각시킨다.
[생각해보니, 내 인생은 과연 별볼 일 없는 것이었다. 평범하고 평범한 가문의 외동 아들이었고, 거의 이대로 평범하고 평범한 가문의 아버지가 될 확률이 높은 인생이었다. 타율로 치면 2할2푼7리정도이고, 뚜렷한 안타를 친적도, 그렇다고 모두의 기억에 남을 만한 홈런을 친적도 없다. 도루를 하거나 심판을 폭행해 퇴장을 당할 만큼의 배짱도 없다. 이대로 간다면....맙소사, 이건 흡사 삼미 슈퍼스타즈가 아닌가. 그 사실이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중략.......그날 밤 나는 새로운 사실 한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해 온 내 인생이 알게 모르게 삼미 슈퍼스타즈와 흡사 했던 것처럼, 삼미의 야구 역시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야구였단 사실이다. 분명 연습도 할만큼 했고, 안타도 칠만큼 쳤다. 가끔 홈런도 치고, 삼진도 잡을만큼 잡았던 야구였다. 즉 지지리도 못하는 야구라기보다는, 그저 평범한 야구를 했다는 쪽이 확실히 더 정확한 표현이다. 다시 말해 평범한 야구를 했던 삼미 슈퍼스타즈. 이 얼마나 적확한 표현이란 말인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저자 / 박민규
발행처 / 한겨레신문사
발행일 / 2003.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