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으로 유명한 조정래의 소설이다. 조정래 소설치고는 기가 막히게 짧다. 한시간 남짓이면 족히 읽을 수 있다. 주인공 유혁은 북에서 내려온 간첩이다. 친구의 고소로 인해 붙잡히고, 혹독한 고문을 이기지 못한 전향하고 무기징역을 살다 풀려나 경찰의 감시하에서 살아가게 된다. 80년대 후반, 그는 소련이 붕괴했다는 사실과, 조국의 인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아사지경이라는 충격적 사실을 접하고 심각한 이데올로기적 공황에 빠진다. 초기의 순수했던 당의 열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가톨릭도, 그토록 헌신적이었던 당도 결국 인간의 이기심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동지인 박동건은 끝내 죽었다. 윤혁또한 죽음 직전까지 가지만, 그가 끔찍이 아끼는 친손자와 다름없는 두 명의 어린아이의 사랑을 느끼며 ..
김산(장지락)이라는 항일무장투사에 대하여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것이다. 나 또한 그런 인물의 존재 여부조차 몰랐고, 그래서 한홍구 교수가 김산에 대해 언급했을 때는 그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김산은 어렸을적부터 일제치하의 현실을 억울하게 생각하고, 장차 지도자가 되어 식민조국을 해방시키리라고 꿈꾸던 사람이었다. 1919년 3월1일, 전에 없던 전민중적 봉기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총칼에 짓밟히는 것을 보며 기독교적 사상에 의한 평화주의적 운동의 효용성에 회의를 느끼고 일본으로,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무장투쟁에 가담한다. 그는 조선인의 역사를 잡초같은 생명력과 함께 되풀이된 한(恨)의 역사라고 규정했다. 조선인은 유순하지만 한 번 화가나면 그 거친 단결력이 무진장과 같아서 민중의 분노로 일제를 짓부술..
학교 다닐적 한 교수님은 철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 세 명을 꼽자면 플라톤, 칸트, 비트겐슈타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득 생각해보니, 철학을 옛 친구들도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았다. 플라톤, 칸트와 비견되는 사람이라니- 호기심이 생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20세기 철학사 최고의 천재라는 소개로 이 책은 시작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은 전기와 후기로 나뉘는데, 전기는 그의 역사적 저작 [논고]로, 후기는 [탐구]로 대변이 된다. 비트겐슈타인 이전 철학의 대부분의 화두는 "존재는 무엇인가?" 혹은 "선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그러한 질문들에 대해 비트겐슈타인은 그것이 명확한 언어로 표현될 수 없기에 '무의미한 것'이라고 선언한다. 비트겐슈타인은 기본적으로 언어가 세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