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장지락)이라는 항일무장투사에 대하여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것이다. 나 또한 그런 인물의 존재 여부조차 몰랐고, 그래서 한홍구 교수가 김산에 대해 언급했을 때는 그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김산은 어렸을적부터 일제치하의 현실을 억울하게 생각하고, 장차 지도자가 되어 식민조국을 해방시키리라고 꿈꾸던 사람이었다. 1919년 3월1일, 전에 없던 전민중적 봉기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총칼에 짓밟히는 것을 보며 기독교적 사상에 의한 평화주의적 운동의 효용성에 회의를 느끼고 일본으로,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무장투쟁에 가담한다. 그는 조선인의 역사를 잡초같은 생명력과 함께 되풀이된 한(恨)의 역사라고 규정했다. 조선인은 유순하지만 한 번 화가나면 그 거친 단결력이 무진장과 같아서 민중의 분노로 일제를 짓부술..
학교 다닐적 한 교수님은 철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 세 명을 꼽자면 플라톤, 칸트, 비트겐슈타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득 생각해보니, 철학을 옛 친구들도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았다. 플라톤, 칸트와 비견되는 사람이라니- 호기심이 생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20세기 철학사 최고의 천재라는 소개로 이 책은 시작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은 전기와 후기로 나뉘는데, 전기는 그의 역사적 저작 [논고]로, 후기는 [탐구]로 대변이 된다. 비트겐슈타인 이전 철학의 대부분의 화두는 "존재는 무엇인가?" 혹은 "선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그러한 질문들에 대해 비트겐슈타인은 그것이 명확한 언어로 표현될 수 없기에 '무의미한 것'이라고 선언한다. 비트겐슈타인은 기본적으로 언어가 세계를 ..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형 선고를 받았던 신영복 선생님의 '옥중서간 모음집'이다. (지금은 출소하셨다) 가장 열악한 환경은 때때로 가장 위대한 정신을 낳는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그렇고,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가 그렇다.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또한 감옥이라는, 무기징역살이라는 극도의 황폐가 낳은 위대한 정신 중 하나일 것이다. 여러 사람들의 걱정과 수고에 의하여 나의 징역살이가 지탱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징역을 나 혼자 짐지고 있거니 하는 생각은 자만입니다. 글을 읽으며 가장 감탄을 마지 않았던 대목이다. 아무와도 볼수도 만질수도 말할수도 없는 공간이다. 자기 속으로 침체되기 더없이 적합한 환경임에도 그는 주위사람들의 애정에 감사한다. 가장 외로운 공간에서도 그는 스스로를 혼자가..
고대 그리스 철학을 시작으로 현대 포스트 구조주의 철학에 이르기까지의 서양 필로소피아를 그것이 스스로의 자기분열과정이었다고 비판하는 책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다가 강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아름다움임을 깨닫고 빠져죽은 나르시스의 이야기를 아는가? 작가는 서양의 정신이 바로 그런 나르시스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객관적 진리탐구를 위해 방황하는 고대,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신)을 추구하는 중세,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결국 자신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근대, 그리고 또다시 진리가 자신에게서 전체로 넘어가는 시기, 결국 궁극적 이상을 찾지 못하고 또다시 헤매기 시작한 현대까지의 모습이 바로 나르시스의 홀로주체성 즉 스스로의 자아비판에 인한 분열의 모습이라고 한다. 반면에 동양은 서로주체성속에 타..
주인공인 홀든은 여러 학교를 퇴학당한 괴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팬시 프렙이라는 학교를 마지막으로 퇴학당하고 나서 떠도는 며칠간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그려놓는 하나로 시작되고 끝맺음된다. 홀든은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싫다.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을 최악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자신이 다닌 학교도 최악의 학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학교를 떠난다. 떠난 그는 외로움과 우울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는 아무곳으로나 움직인다. 가서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상대자와 잠깐의 얘기를 나누고, 홀든은 그들 또한 최악이었다며 또다시 우울해 진다. 그에게는 싫어하는 것만 가득하다. 그는 기본적으로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소설 후반부, 동생 피비와의 대화에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